2007년이다.
아침부터 조금 여유를 부리곤 점심시간을 훌쩍 지나 새해를 맞이했다. 제야의 종소리도 들었는데 너무 아침부터 만나봤자 좋을 거 없잖아? 란 생각.
뭔가 사는 것을 단순화시켜 볼까 하는 생각에 이것저것 정리를 해보려다가 그냥 주저앉아버렸다.
지금으로도 충분히 단순해.
문자로 새해인사를 지인들에게 나누는 편이 좋을까 아니면 미니홈피를 찾아갈까. 그도 아님 싸이 단체 쪽지?
우유부단한건지 무엇을 택하든 귀찮은 일이라는 생각 때문인건지 쉬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2007년은 전반전과 후반전이 심하게 다른 한 해가 될 예정이다.
후반전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알 수 없지만 많이 익숙한 전반전 생활엔 이런저런 일들을 많이 벌려볼까 한다.
토익(or 텝스), 자격증 (x2) 일단은 두개부터.
25일 크리스마스날 질렀던 출동이 이제야 끝나고 복귀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4박5일짜리 출동. 처음에 갔을때 심하게 어설픈 경력운용에 어이가 없더니 마지막 날까지 염장을 질렀다. 이렇게 큰 상황이 있을리 만무한 경주서의 경력운용은 정말 고달팠다. 첫날은 작전 실패의 연속. 타이밍이 늦어 제대로 작전은 해보지도 못했고, 불법 시위 용품이 난무하는 그야말로 폭동에 무법천지. 세상에 각목까지는 이해하겠는데 신나랑 똥물, 경운기 돌진은 대체 뭐냐고.. 거기에 배치 10분전에 근무지를 무전으로 살짝 불러주는 센스까지. 보안유지 따위의 이유라면 침을 퉤 뱉어주마.

이번에 갔던 출동은 경주시로 이전하기로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본사가 처음에 계획했던 방폐장 근처 동경주 쪽이 아니라 경주시내로 간다는 정보를 입수한 지역주민의 반발 때문. 애초에 지역주민들에게 한수원 본사가 이전하는 조건으로 방폐장 유치에 대한 주민투표를 찬성하게 했던 경주시가 한수원 본사의 부담과 시내 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시내에 한수원 본사를 이전하겠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 당연히 지역주민 입장에선 배신감과 어이없음에 반발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임을 알기에, 상황중에 뺨을 맞아 안경이 날아가고 신나를 맞고 쌍욕을 들어가면서도 '인내진압'을 해야했다. 게다가 지역이 워낙에 시골인 관계로 주민의 연령대가 무척 높아 최악의 경우 전임 본청장이셨던 허준영씨를 낙마하게 했던 사망사고도 미연에 방지해야 했다. 2003~4년에 있었던 부안 사태처럼 상황이 돌아가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은 지역주민들보다도 우리가 더 하지 않았나 싶다.
지역 이기주의로 몰아부치기엔 이번 일은 행정 시스템의 오류가 한 몫을 했다. 대체 주민투표까지 그렇게 해놓고서는 이제와서 또 말바꾸기를 하는지. 상황에서 들리는 말로는 당시 투표할 때도 부정선거였다느니 하는 얘기가 있었는데, 정말 그렇다면 그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이야기.(지만 지금 내 입장에서야 뭐 할 수 있는 일은 없고;) 10여 년전 이건희 회장이 얘기했던 "기업은 이류, 행정은 삼류"라는 말이 다시 한번 와닿는 출동이었다.
정말 한가지 바라고 싶은 것은 제발 불법,폭력 시위가 하루 빨리 사라졌으면 하는 것. 우리 아이들이 다치지 않게, 아프지 않게. 맨날 법집행을 엄정히 하겠다느니, 일벌백계라느니 하는 따위의 수사적 이야기만 나불대지 말고 직접 보여주란 말이다. 윗사람들아.

그래서 선택한 것이 바로 이것, 캐주얼 플래너다.
무엇보다 가격면에서 크게 부담이 없는데다, 올해 사용한 고도 다이어리의 사이즈와 비슷하고 일정을 정리하고 계획을 세우는 데에도 크게 무리가 없을 것 같다. 플래너의 위클리 속지와 메모용지가 장착되어 있는 형태다. 그외에도 한번쯤 나를 정리해 볼 수 있는 사명서를 쓸 수 있는 기회와 차계부, 자산 관리탭까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올해도 필기구를 장착할 수 없다는 것인데, 무리없이 사용한 올해를 생각할 때 큰 문제는 되지 않을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