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전장관의 새 책 '대한민국 개조론'에서 '사회투자국가, 지구촌에서 이기는 전략' 이라는 챕터에서 주로 다루는 내용과는 크게 상관이 없지만 '보수와 진보간의 심각한 담론의 분열' 이란 말이 왠지 가슴에 와 닿았다.

사실 꼭 보수 VS 진보의 문제만이 아니다. 내가 직접 겪었던 일을 생각해보면 이념의 대립문제가 아닌 예전 홍세화 님의 글을 읽었을 때 느꼈던 똘레랑스의 부족이라는 것이 더 맞는지도 모르겠다.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된 사람이 음식점 혹은 술집에서 난동을 피우고 있다. 도저히 이 사람을 감당하지 못하는 가게주인(종업원)은 경찰에 신고를 하게 되고  현장에 가보면 적정한 상황판단을 통해 민사문제로 불개입할 것인지, 업무방해등으로 형사입건을 할 것인지 결정하게 된다.  정도가 너무 심하다고 판단해 지구대로 데리고 오는 과정에서 잊지 않고 하는 이야기 중 하나가 "왜 저놈들을 안 잡아가고 나를 잡아가? 민중의 지팡이가 이래도 되는 거야?!"이다. (사실 뭐 "우리 누구누구가 검사야 니네 다 죽었어!!"라는 따위의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듣게 된다)

인사불성이 된 사람의 말에 따르면 저 놈들이 사기를 쳤으니까 더 나쁜 놈인데 왜 안 잡아가고 아무 죄도 없는 나를 체포해가냐는 거다.  경찰이 아무리 거리의 법관이라지만 엄연히 법이 있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범위가 있는데 그렇게 다 나설수가 없다는 이야기를 해봐야 귀에 들리지 않는가보다.

나는 평범한 시민이고 이 사회를 살아가는 하나밖에 남지 않은 양심인데, 너희 경찰 따위가 어째서 나를 잡아갈 수 있느냐? 니 월급은 누가 주느냐? 내 피같은 세금으로 먹고 사는 주제에 나를 잡아가다니!!!

이런 식이다. 

어째서 나는 항상 옳은 사람인 걸까? 왜 항상 내편이 아니면 저편인 걸까?
아니면 . 아니면 . 보수 아니면 진보. 기독교 아니면 천국에도 못 갈 놈들.
완전히 이분법에 따르는 이런 사고 방식 때문에 피해를 보는 또 다른 사람들. 회색주의자.

서로의 교집합을 찾을 수 없는 사람들의 사회에서, 사실은 교집합으로서 역할할 수 있는데 회색주의자로 치부돼 무시당하고 경멸당하는 사람들이 있는 사회에선 더이상 토론도 대안도 없을 거란 생각이다.
Posted by 원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