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

2006. 12. 18. 22:32 from 하루가..

05. 5. 24. 502전경대에 발령받은 후 1년은 남들과 다름없는 정상적인 근무패턴을 유지하고 있었다.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주5일 근무제. 그러나 이름만 주5일 근무제지 사실은 주말 휴식이 거의 보장되지 못하는 형편이었다. 주말에 부대가 출동가게 되면 누군가 한 사람 부대를 지켜야 하는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에. 결국 부대장인 내가 쭐래쭐래 부대로 출근해서는 타임킬링을 하곤 했다. (하고자하는 얘기랑 조금 벗어나는 얘기긴 하지만, 그 많던 여유시간을 30%만 활용했어도 지금 이렇게 또 후회하고 있지는 않을텐데 싶다)

그래서 부대장에서 무척이나 벗어나고 싶어했다. 소대장으로 보직을 옮기면 무언가 무척 많이 바뀔줄 알았던 거지. 거의 매일 부대를 벗어날 여유가 없는 부대장과는 달리 소대장은 근무형태가 8일 주기로 3일 연짱 휴식도 있고 왠지 여유로워 보였기 때문. 게다가 부대장은 각종 부책에 비밀문서, 각종 공문과 부대 행사 등에 신경써야 할 일이 많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작년 22기의 누군가가 아직 발령받기 조금전의 시점까지 대장님은 부대장 연임 원칙을 고수하고 계셨고, 그만큼 소대장이 되고자 하는 마음은 커지기만 했다. 단순히 무언가를 못하게 하면 괜히 더 생각나고 하고 싶어지는 어린애같은 마음이었을까;; 끝내 소대장으로의 보직이동을 허락치 않으실 것 같던 대장님께서 형동이가 발령받아 오던 날 아침 출근길에 문자를 보내셨다. 전날 저녁 늦게까지 대장님의 허락이 없어 반쯤 포기했던 소대장의 꿈이 이뤄지는 순간이었고, 공문은 순식간에 만들어져 대장님의 결재만 기다리는 상태가 되었다.

이제 만 7개월이 차가는 시점이다. 소대장으로 자리를 옮긴 시점부터 폭발적으로 늘어난 출동은 아직까지도 사그러들 줄을 모른다. 여름과 겨울 출동의 빈도가 낮은 계절이나 봄, 가을의 출동성황기가 따로 없이 전국은 시위의 열풍이다. 한미FTA, 미군기지 이전문제, 화물연대, 덤프연대, 약방의 감초도 아니고 약방주인 격이나 다름없이 민원성 집회시위까지 주도하는 민주노총. 환장할 노릇이다..

그나마 우리 부대 기간요원들은 좀 나은 편이다. 당 비 봉 비 당 비 비 비 의 8일 주기로 돌아가기 때문에 사실 근무표상으론 8일에 3일 겨우 근무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끔씩이나마 기대마 3대가 동시에 나가야 할 경우엔 당직 다음 비번자 두명 중 한 사람이 동원돼야 해서 이것도 약간은 불안정한 근무긴 하다.

'당'의 경우엔 빼도박도 못하고 부대 당직근무를 서는 것이고,
'봉'은 봉하마을이라고 노무현 대통령 생가와 선영이 있는 마을에 있는 초소 근무를 서는 거다. 통상 봉하선영이라 칭하는데 대통령의 선영이 있는 곳이다. 친구들에게 나 여기 근무중이야 라고 할 때면 경찰이 그런데도 지키냐고 이야기하는데 회사 입장에선 아무래도 민감한 부분인가 보다. 대다수의 일반인은 이해하기 힘든 근무다;; 사실 소수의 경찰관도 이해하지 못한는 근무일지도 모른다ㅋ

11월말부터 이런저런 일들 때문에 3일 연짱근무가 잦아졌다. 11월 마지막 주 당당당을 시작으로 당당봉, 봉당당까지.. 체력이 약해진 탓인지 의지가 약해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당직 하루만 서도 힘들어서 다음날 낮잠을 거의 두세시간을 자버리는데 3일 연짱을 서고 나면 죽을 맛이다.
오늘도 3일 연짱 근무 다음날.

하지만 이런 이야기따위 12월 내내 부대정비나 부대 휴무 한번 못받고 매일 출동이나 수색, 훈련을 나가는 아이들에겐 미안하기만 할 뿐이다;; 조만간 회식이라도 한번 시켜줘야 겠다

Posted by 원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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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12. 16. 20:31 from 하루가..

예전에 어디서 보았던 영화 'About a boy'에서 첫대사로 나왔던 이 말.
"Every man is an island" 인간은 섬이다..

섬은 그 자체로 존재하는 듯 보이지만 실은 바다 속에선 모두 하나로 연결돼 있다. 우리가 실제로 사는 세계에서도 결국 너무 멀리 떨어져있지 않거나 무인도가 아닌한 다리로 혹은 배라는 교통수단으로라도 이어져 있다.

John Bon Jovi가 했던 말:No man is an island 에 대한 단순한 반대라기 보다 실제에 무척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미니홈피를 벗어나 새롭게 블로깅을 시작하기로 했다.
대부분의 미니홈피처럼 글이 아닌 사진이 득세하는 내 미니홈피가 미워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각종 사진을 나열하고선 '나 이렇게 잘 살고 있어 넌 어때?'라고 묻는 듯 하거나, 게시판도 방명록도 사진첩도 모조리 닫아두고선 '난 요새 이딴거에 관심없어' 라고 이야기하는 것에 '귀'찮'아'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타인과의 일상 소통의 통로가 필요하기 보다는 단순히 내 이야기를 주절주절 늘어놓을 곳이 필요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들어가면서 카운터를 세어보고, 방명록의 숫자가 몇백을 돌파했는지 따위가 나에게 큰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나 할까. 기본적으로 인간은 섬이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섬이 아니어서 항상 나에게 다녀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 나에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배를 타고 찾아와 내가 생각하는 것이나 내 일상에 대해 한마디씩 툭 던지고 갈 수 있는 곳이면 충분했다.

문득. 아주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을 때, 언제나 그렇듯 친구의 타이밍 좋은 조언 하나.
"tistory에선 너의 꿈을 이룰 수 있단다~"
급히 베타신청을 했고 열흘의 짧은 기다림으로 이번에도 쉽게 원하던 것을 얻었다.

그렇게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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